[비바100] “버려진 리튬, 쓰레기 아니다”⋯ 정광환 그린미네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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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미세조류 ‘클로렐라’가 남김 없이 잔류 리튬 뽑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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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땅을 파지 않습니다. 대신 버려지는 자원에서 광산을 찾습니다.”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확산은 산업의 지도를 바꾸고 있다.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업 간 경쟁의 축도 제품 성능을 넘어 원료 확보, 공급망 안정성, 원가 관리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탄소중립 역시 더 이상 선언이 아니라 기업 손익계산서에 반영되는 현실 과제가 됐다. 기업 차원의 원가·조달 문제가 공급망 리스크와 자원안보 이슈로 확장되면서, 배터리 핵심 원료인 리튬은 단순한 소재를 넘어 국가 전략자원으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산업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역설적으로 더 선명해지는 빈틈도 있다. 폐배터리 재활용 공정의 끝단에서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남겨지는 저농도 잔류리튬이다.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다. 추가 회수가 불가능해서도 아니다. 문제는 비용이다. 1차 화학 추출 이후 폐수에 남은 리튬은 화학약품과 에너지 투입 대비 회수량이 낮아 재활용의 사각지대에 머물러있다.
스타트업 ‘그린미네랄’은 그 틈을 파고들었다. 서강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이자 그린미네랄 대표·CTO인 정광환 대표는 2021년 회사를 창업한 뒤, 미세조류 클로렐라(Chlorella)의 생광물화(biomineralization) 특성을 활용해 저농도 리튬 폐수에서 탄산리튬을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해 왔다. 화학이 놓친 마지막 구간을 바이오 기반 후단 공정으로 보완하겠다는 접근이다.
◇ 화학이 멈춘 지점, 생물이 들어오다
정 대표가 회사를 세운 배경에는 “회수 가능한 자원이 왜 비용의 벽 앞에서 버려지는가”라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그 문제를 푸는 방식은 기존 재활용 업계의 문법과는 조금 달랐다. 그린미네랄의 핵심 기술은 ‘화학’이 아니라 ‘생물’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그가 주목한 것은 클로렐라다. 생물체가 특정 무기 이온을 선택적으로 흡수한 뒤, 세포 내부 또는 외부에서 광물 형태로 결정화시키는 ‘생광물화’ 현상에 관심을 뒀다. 자연계에서 산호나 조개가 탄산칼슘 골격과 껍질을 만드는 과정이 대표적 사례다. 정 대표는 이 자연 메커니즘이 산업 자원 회수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봤다.
클로렐라는 특히 금속 이온을 흡착·축적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대량 배양이 비교적 용이하다는 점에서 산업 적용 가능성이 컸다. 연구실 실험에서는 클로렐라가 리튬 이온을 흡수한 뒤 특정 조건에서 이를 탄산리튬 형태로 침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확인됐다. ‘남아 있는 리튬을 모아 고체 광물로 꺼내는 방식’이 기술 아이디어의 출발점이었다.
정 대표는 폐자원 처리·자원 회수 관련 산업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현장도 함께 봤고, 그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같은 장면을 확인했다. 기술적으로는 회수가 가능하지만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실제 공정에서는 ‘포기되는 자원’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폐배터리 재활용 공정에서 1차 회수 뒤 남는 폐수는 대표적인 사각지대로 꼽혔다. 농도가 낮아질수록 시약·에너지·슬러지 처리 부담이 커져, 산업적으로는 ‘더 건드릴수록 손해’가 되는 구간이다.
그 지점에서 사업 기회를 봤다. 전기차와 ESS 확산으로 리튬의 전략적 중요성은 커지는데, 산업 현장에는 여전히 회수되지 못한 리튬이 남아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그린미네랄은 이 틈을 겨냥해, 생광물화 능력을 강화한 유전자 조작 미세조류(클로렐라)를 활용한 생광물화 기반 리튬 회수 기술을 고도화해 왔다. 고농도·고가 영역의 정면 경쟁보다, 기존 공정이 남겨둔 저농도 구간에서 리튬을 회수해 탄산리튬으로 전환하는 ‘마지막 구간’ 전략을 택한 셈이다.
사명에도 이런 방향성이 담겼다. 그린미네랄은 ‘Green’에 환경 친화적 기술·지속가능성의 의미를, ‘Mineral’에 산업 핵심 자원인 금속·광물의 가치 회복이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한다. 단순한 폐기물 처리 기업이 아니라, 환경 부담을 키우지 않으면서 핵심 광물을 다시 산업 원료로 되돌리는 순환경제형 자원 회수 기업이 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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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수율 90%…경제성 ‘벽’ 넘는 마지막 공정
현재 그린미네랄의 사업 영역은 1차 재활용 공정 이후 남는 폐수 처리에 맞춰져 있다. 공정은 ‘투입-반응-회수-산출’ 단계로 진행된다. 폐수에 클로렐라를 투입하면 미세조류가 리튬 이온을 흡착·축적하고, 이후 pH와 이산화탄소 농도 등 조건을 제어해 흡수된 리튬을 탄산리튬(Li₂CO₃) 결정 형태로 침전시키는 방식이다. 그린미네랄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클로렐라의 생광물화(결정화) 능력을 약 50% 향상시켜 침전 효율을 높였다고 설명한다. 침전물은 고체로 분리·정제하며, 미세조류는 분리해 재배양·반복 투입하는 구조로 설계했다. 회사에 따르면 클로렐라 투입 후 약 8시간 배양을 거쳐 저농도 리튬 폐수에서도 회수율 90% 이상을 구현할 수 있다.
이 과정의 핵심은 ‘생광물화’다. 미세조류가 금속 이온을 흡착한 뒤 특정 조건에서 광물 형태로 전환시키는 원리를 활용해, 기존에는 처리 비용으로 분류되던 폐수를 자원 회수 공정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화학약품 사용을 줄여 2차 오염과 슬러지 발생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도 친환경성을 강조한다.
이 같은 후단 회수 기술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기존 잔류 리튬 회수 공정의 구조적 한계가 있다. 업계에서 활용하는 이온수지 흡착, 용매추출(습식), 전기분해, 분리막 방식은 리튬 이온의 수득률·순도·비용 측면에서 제약이 있고, 강산·유기용매 사용에 따른 환경 부담과 공정 복잡성도 과제로 지적된다. 특히 추출 공정 말단에 남는 저농도 잔류 리튬은 효율적 회수가 어렵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사례가 많아 추가 비용을 키워왔다. 그린미네랄은 바로 이 ‘끝단’ 구간을 회수 가치가 남는 영역으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린미네랄은 해당 기술을 리튬에만 한정하지 않고 향후 니켈·코발트·망간 등 전략 광물로 확장 가능한 생물 기반 핵심광물 회수 플랫폼을 지향한다. 생물의 선택성을 조절하고 공정 조건을 고도화하면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전기차 보급 확대와 함께 유럽·북미를 중심으로 재활용 의무와 재생 원료 사용 요구가 강화되는 흐름을 고려하면 기술 수요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창업 이후 그린미네랄은 생물 기반 리튬 회수 기술을 고도화하며 정책·산업 검증의 테이블로 올라서고 있다. 그동안 정부 신기술(NET) 인증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 넷제로 챌린지X 선정 등 대외 성과를 쌓아 왔다. 최근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 관련 과제에도 선정됐다. 수상과 선정의 의미는 단순한 타이틀보다, 연구실 아이디어가 산업 적용 가능성을 갖춘 기술로 평가받기 시작했다는 점에 있다.
◇ 규제특례 타고 현장 실증…"환경 해치지 않는 기술 증명할 것"
그린미네랄은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 순환경제 규제특례를 통해 ‘생광물화 기반 잔여리튬 회수’ 현장 실증 단계에 들어갔다. 이번 실증의 의미는 단순 성능 시험을 넘어, 생물학적 전환 기술 기반 물질 회수가 제도권 안에서 안전성·경제성·재활용 유형 인정 가능성까지 함께 검증받는다는 데 있다.
회사 측이 제시한 핵심 검증 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는 안전성이다. 유전자 조작 미세조류를 활용하는 만큼 폐쇄형 시스템 운영, 외부 유출 가능성 차단, 잔여 부산물의 환경 영향, 사후 처리 프로토콜 등이 객관적 데이터로 입증돼야 한다. 둘째는 경제성이다. 저농도 리튬 구간은 기존 공정에서 ‘추가 회수보다 폐기·처리가 더 합리적’으로 여겨졌던 영역인 만큼, 실제 현장 조건에서 단위 처리 비용, 회수율 및 순도, 화학약품·에너지 사용량, 기존 처리 비용 대비 절감 효과를 확인해야 한다.
회사 측은 기존 화학적 재활용 방식 대비 비용을 1/3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제도적 인정도 꼽힌다. 지금까지는 폐기물 처리 대상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를 자원 회수 공정, 즉 재활용의 범주로 전환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작업이 뒤따른다.
실증 스케일업의 발판도 마련되고 있다. 그린미네랄은 실험실 수준에서 출발해 30L 파일럿 규모 연속 운전 테스트를 진행해 왔고, 현재 0.5톤 규모로 스케일업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광양시의 스타트업 스케일업 실증 지원사업 참여가 더해지면서 파일럿에서 양산 전환을 모색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광양은 이차전지 소재의 생산부터 재활용까지 밸류체인이 집적된 지역으로, 포스코그룹과의 협력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곳이다. 광양시 발표에 따르면 그린미네랄은 향후 양산 단계 전환 시 광양 공장 설립과 지역 인재 채용, 지역 기업 활용도 추진할 계획이다.
과제도 있다. 리튬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 재활용의 채산성은 민감해진다. 정 대표는 “지난 5년여 간 리튬 가격이 10달러대에서 70달러대까지 크게 출렁이면서 투자 심리도 함께 움직였다”며 “시황이 꺾이면 상업화에 필요한 자금 집행이 지연되거나 멈추는 경우가 생긴다”고 말했다. 생물 기반 공정은 상용화 단계로 가기까지 안정성, 처리 속도, 설비 운전 데이터 축적이 필요하고, 파일럿과 상업 플랜트 사이에는 자본과 제도, 운영 경험이라는 장벽도 남아 있다.
그린미네랄이 제시한 향후 1~3년 목표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 우선 순환경제 규제특례 실증을 통해 안전성과 경제성 데이터를 확보하고, 재활용 공정으로서의 제도적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1차 목표다. 이어 파일럿 규모 공정을 산업 현장에 적용 가능한 모듈형 양산 설비로 확장해 첫 상업 적용 사례를 만들고, 배터리 재활용 기업·환경 설비 기업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반복 수주 가능한 B2B 매출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기후위기와 자원 고갈은 거대한 문제처럼 보이지만, 해답은 의외로 ‘버려지는 부분’에 숨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농도라서, 소량이라서, 경제성이 없다고 여겨졌던 영역을 다시 바라보는 시선이 곧 혁신의 출발점입니다. 기술이 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산업을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겠습니다.”
장애리 기자 1601chang@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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